제목 대권 시험대 오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날짜 2010-03-12 조회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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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이름 석 자 앞에 붙는 수식어는 참 많다. 재벌 2세란 꼬리표를 달고 다니며 정치인 중 가장 재산이 많다. 지금은 좀 줄어들어 2조원 정도 된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월드컵 4강의 신화를 만든 주역이며, 울산지역 7개 학교의 이사장을 맡고있는 교육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엄연한 정치인이다. 6선의 국회의원으로 현재 한나라당 대표다.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대권주자다. 지난 10일 그가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간단한 질문부터 하겠다. 대권 도전할 거죠. 너무 당연한 질문 같지만. ▶어, 예상 질문서에 없는 건데. 뭐라고 해야 하나.(10초 정도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가볍게 결정할 일은 아니고 이런 생각은 한다. 역설적으로 대통령 하기 싫다는 사람이 하면 잘할 것 같다. -그렇다고 대통령 하기 싫다는 뜻은 아닐 텐데. ▶'공직은 죽음과도 같다'는 말이 있다. 찾아 오면 하는 것이지만 일부러 찾아가는 건 아니다. 억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운명처럼 찾아오면 하는 것이다. 나의 정치에 대한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다음 대선에서 정 대표는 유력한 잠재적 대권주자 아닌가. ▶그렇게 봐주는 건 감사하다. 한나라당이 제1당이자 집권여당 아닌가. 거기 대표니까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우리 한나라당에 국민들 보기에 '아 저런 사람이 대통령하면 좋겠다' 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도 4~5명은 있는 게 바람직할 거 같다. -안 그래도 비슷한 말을 했다. 화살통에 화살이 많으면 좋지 않으냐며 주연급 배우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누구를 염두에 둔건가. ▶박근혜 전 대표도 그렇고. 어제 서울시 의원들하고 저녁식사를 했는데 그때 새삼 느낀 게 참 우리 당에 좋은 사람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희룡, 남경필, 김충환 등 서울시장 나서겠다는 분들도 있고. 홍준표, 권영세, 박진, 구상찬, 이혜훈 의원도 그렇고. -정 대표 일정을 보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최근 주간조선에 나온 동행취재기를 봤는데 정말 바쁘더라. 체력이 되나. ▶그건 사실 취재 온다고 해서 일부러 더 타이트하게 짠거다.(웃음) 기자가 온다는데 대표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면 되겠나. 사실 좀 일정이 빡빡해 조절하려고 한다. 체력은 자신있다. 건강하다는 건 육체적으로 피로회복이 빠르다는 것인데 선친(고 정주영 현대 회장)에게 배운 게 있다. 선친은 농사 일도 하고 막노동도 했는데 아무리 피곤해도 샤워하고 자면 그 다음날 거뜬하다고 하시더라. 내 피로회복의 비법이다. 또 하나는 긍정적 생각이다. 낙관이랄까. -옆으로 살짝 새는 질문이지만 아침마다 동네 목욕탕 가지 않는가. 목욕탕 이름이 '백두산'과 '금강산'이지요. 주민들하고 알몸으로 마주치면 민망하지 않나. ▶별로 그렇지 않다. 오히려 주민들도 반가워하시고. 국회의원 하는 동안 주민들을 만나는 모든 기회가 나에겐 중요하다. 목욕탕 가서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드라마도 같이 본다. 재밌지 않은가. -취임하자마자 노량진 수산시장 찾고, 매일경제와 첫 인터뷰한 것도 설렁탕 집이었고. 정말 친서민 정치인이라고 자신할 수 있나. ▶예전에 서울서 선거운동할 때 상대편 후보가 나를 두고 '저 사람은 서민이 아니기 때문에 서민의 사정을 잘 모를 것'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 듣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가 빠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발모제인데, 발모제는 꼭 머리가 빠지는 사람만 개발할 수 있는가"라고. (재벌이라는 점에서) 자격지심이 있느냐 이런 질문 같은데…. 물론 내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민들과 공감대를 만드는 노력을 남들보다 더 많이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재벌2세치곤 검소하게 살지 않나. ▶사치는 죄악이라는 말에 일부 동조한다. 건물 같은 건 잘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옷 같은 단순 소비재는 지나치게 비싼 걸 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시계를 안 차고 있는데. 통상 부유한 남자의 패션은 명품시계 아닌가. ▶명품시계는커녕 다른 시계도 안 찬다. 가는 데마다 시계 있고 휴대폰도 있는데 굳이 찰 필요를 못 느낀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기복은 좀 있지만 정 대표 지지도가 많이 올랐다.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부동의 2위인데 기분이 어떤가. ▶'부동(不動)'이란 건 없다. 인기라는 건 목욕탕의 수증기와 같다. 항상 변한다. 많이 노력해야지. -박 전 대표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충초등학교 동창이신데. 알고 계셨나. ▶초등학교 다닐 때는 몰랐다. 예전에 박 전 대표와 테니스를 자주 쳤는데, 그때 박 전 대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전학왔다고 말해서 안거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초등학교 동기 중에 김종필 전 총리 딸도 있었고 김승연 한화 회장도 있었다. 그 당시엔 전혀 몰랐다. -한나라당엔 엄연한 계파가 있다. 친이와 친박. 이를 두고 두나라당이라고도 하는데. ▶혈연ㆍ지연ㆍ학연, 이런 게 꼭 나쁜 건 아니다. 다 인연인데, 좋은 거 아니겠나. 문제는 배타적으로 되는거지. 개방적으로만 되면 아무 문제없다. 지역감정이라는 것도 나쁘게만 보는데 고향을 생각하는 게 나쁜가. 그게 배타적으로 변질되니 문제지.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균형감각이다. 정치인이 한 개인에게 충성하는 건 자기 부정이다. 현대정치 60년 역사에서 봐도 개인에게 충성하다 정치가 후퇴한 사례가 많다. -대통령과 여당이 엇박자가 난다는 지적이 많은데. ▶한나라당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건 당의 큰 보람이자 자부심이다. 대통령이 한나라당 때문에 초당적인 정치를 하지 못하게 하면 안된다. 오히려 여러 당과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성공적 대통령은 초당적인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과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모두 임기 말에 탈당한 사례가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 그동안 정당은 임기 말에 대통령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버리는 식으로, 탈당을 안 할 수 없게 분위기를 만든 거 아닌가.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노예(Prisoner of Party)가 되면 안된다. -서민정책 등 일부 정책이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달라도 대통령을 도와줘야 하나. ▶사실 정치인은 어찌 보면 모두 다 포퓰리스트다. 좋은 포퓰리스트와 나쁜 포퓰리스트가 있는 것이다. 모든 정당은 서민복지에 신경써야 한다. -좋은 포퓰리스트와 나쁜 포퓰리스트를 구분하는 잣대가 뭔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10년, 20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 무조건 서민 위한다면서 국가재정을 절단 내면 안되지 않느냐. 지금 환호를 받는다고 앞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을 내면 안된다. -대표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쉽지 않은 일인데, 지방의회 정당 공천을 없앴으면 좋겠다. 지방자치제의 취지에도 안 맞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중앙당 공천이 있지만, 사실 이게 일본식이다. 일본 정치가 파벌정치 아닌가. 그래서 우리도 계파정치가 자꾸 나오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지구당에 당원협의회라고 있는데 위원장을 국회의원이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구당 조직이 사당화될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은 현역의원은 지구당 위원장 겸직이 안된다. 나도 동작을 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이지만 고쳐야 할 것 같다. -알렉산더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를 자주 인용하던데 그 책에서 교훈을 얻은 건가. ▶그렇다. 토크빌은 판사였는데, 1800년대 초에 이미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민주화가 될수록 평등화가 진전돼 개인에게 자유를 줘도 자유를 적극 행사하지 않고 반납한다는 거다. 결국 '자발적 민주적 독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책에 들어 있다. 민주주의의 오류에 대해 잘 지적한 것 같다. 이 부분은 개헌 문제와도 연결되는데, 18대에 186명 의원이 개헌 논의를 하려고 미래법연구회를 만들었다. 그런데도 무엇을 논의할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눈치를 본다. 개헌 자체도 중요하지만 개헌 논의도 의미가 있다. -개헌과 관련해 정 대표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는데. ▶어떤 식의 권력구조가 좋다는 이야기는 자제하는 편이다. 당 대표가 어떤 식이 좋다고 하면 오히려 논의를 막을 것 같아서. 다만 현직 대통령제는 권력이 집중된 제도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미움과 증오도 집중되는 제도다. -본인 리더십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나. ▶힘없는 리더십?(웃음) 사람들이 왜 이렇게 힘이 없느냐고 지적 많이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디오게네스에게 '내가 왕인데 무엇을 해줄까'라고 물었더니 '당신이 거기 서 있어서 햇빛을 가리니 비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동양사상에 '무위지치(無爲之治 : 아무 일 안 해도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 진다)'라고 있다. 일반 시민이 국가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리더십도 그런 것 같다. 특별한 약속을 하지 않고, 존재감이 없어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것. ▶▶못다한 얘기 10문 10답 Q : 가까운 사람들 불만 많은데?
A : 제 자신에 너무 엄격한 탓


정몽준 대표는 불편하거나 사적인 질문도 피해가지 않았다. 취재진이 "외람됨은 기자의 특권인 줄 이해하시죠"라고 동의를 구하니 정 대표는 "아무 질문이나 해도 좋다"며 흔쾌히 응했다. 그래도 좀 편한 질문부터 꺼냈다. 1. 정몽준 하면 축구를 연상한다. 축구는 잘하나. ▶내 포지션이 '레프트 아웃'이다. 벤치에서 관람하는 거다. 운동은 좋아한다. 잘하는 편이고. 그런데 내가 대학교 다닐 때 술집에서 싸움이 났는데, 보안사(지금의 기무사) 하사관이었다. 상대방한테 흠씬 두들겨 맞은 적이 있다. 그때 무릎을 좀 상했다. 그 후 이런저런 이유로 5번이나 골절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안 다쳤으면 더 잘했을 텐데. 2. 김영명 여사는 처음 만났을 때 벼락 같은 건 없었다고 했다. 부인 첫인상은 어땠나. ▶키가 참 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외국에서 오래 살았는데도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조금 특이했다. 나를 '곰돌이'라고 불러주면서 착하다고 칭찬해주곤 한다. 우리 집사람도 여우 같은 그런 스타일은 아니라서 좋다. 3. 자녀들과의 대화나 스킨십은 많은 편인지. ▶아내가 맨날 나 보고 후회할 거라고 한다. 애들하고 시간을 못 보낸다고. 애들이 결혼해서 애 낳으면 걔들하고 시간 보내지, 뭐(웃음). 4. 본인 소개할 때 3가지 경력만 언급한다면 어떤 것들을 거명하는 게 좋은가. ▶이거 잘못 대답하면 거명 안된 곳 사람들이 싫어할 텐데. 우선 국회의원이라는 것. 지금 저의 경력 자체가 주민들이 투표해주셨기 때문에 나온 것 아니겠나. 또 FIFA 부회장이라는 것. 전 세계 FIFA 집행위원이 24명인데, 그중 제 표가 1표 있으니 12표만 더 확보하면 우리나라가 2022년에 다시 월드컵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울산대와 아산재단 이사장.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다. 울산에 고등학교를 3개 지었고 전문대도 지었다. 5. 작년 10ㆍ28 유세 때, '언니들'이란 표현을 썼는데 부적절하지 않나. ▶표현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오해하는 분이 많아서 안되겠다. 우리 집에 딸이 둘 있는데, 그런 표현 많이 쓰기에 쓴 건데(웃음). 사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가끔 식사를 하는데 88세이신 분께 '할머님'이라고 했더니 싫어하시면서 '누님'이라고 부르라고 하시더라. 그런 맥락인데. 6. 여자 있다는 소문은 부인이 해명해 줬는데 부인을 때린다는 소문도 있다. ▶예전에 존 F 케네디 대통령 아들과 함께 식사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 정치인은 적절한 스캔들이 있어야 인기가 올라간다고. 아무튼 2002년 출마 당시 어느 큰 교회 부목사라는 사람이 제가 집사람을 때린다고 이야기했다는 거다. 그래서 그 부목사라는 사람에게 사실 확인을 하고 그러지 말라고 하긴 했는데. 원. 이건 사회 타락 아니겠나. 7. 미국에 있는 키아와 섬에 정 대표 콘도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거기 한국사람 없을 텐데. 오래전 가족과 휴가를 간 적이 있지만 콘도는 없다. 골프장에 송아지만 한 악어 나오는데. 8. 가까운 사람들에게 불만이 많이 나온다. 왜 그러는가. ▶그런 이야기 많이 듣는다. 제가 저 자신에게 엄격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그렇게 표출될 때가 있는 것 같다. 제가 잘해야 할 것 같다. 9. 작년이 중앙고 개교 100주년이었는데 기부금 안 내셨죠. 낼 만도 할 텐데. ▶그건 좀 오해다. 사실 내가 기부행위를 오래전부터 못 하게 되어 있다. 거의 20년 전쯤인가, 제가 ROTC 장교 출신이라 장학금 명목으로 기부금 3억원을 낸 적이 있다. 그런데 선관위에서 나를 잠재적 대통령 후보로 분류해서 그러면 안된다고 전언이 왔다. 예전에 아는 목사님에게 와인 1병 보낸 것도 조사가 들어왔다. 10. 그러면 때가 되면 생각해보겠다고 한 재산기부 문제는. ▶내가 기부라는 표현을 썼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저는 돈보다는 현대중공업 주식을 갖고 있다. 주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그 역할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 지금 현대중공업으로 인해 생긴 일자리가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10만개 이상이다. 이것보다 더 좋은 역할이 있다면 기부를 생각해보겠다. 

[대담=손현덕 정치부장 / 정리 = 박인혜 기자 / 장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