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이명박-정운찬 성공하려면 박정희-김정렴에게 배워라”
날짜 2010-02-02 조회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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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보좌했던 역대 참모 중 대통령과 가장 이상적인 호흡을 맞춘 참모는 누구일까.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참모의 보좌 영역을 사적 보좌와 공적 보좌 둘로 나눈 후 “애석하게도 공적 보좌에서 성공한 참모는 찾기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

사적 보좌라는 것은 말 그대로 대통령 개인을 보좌한 것인 반면 공적 보좌는 대통령을 도와 국가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이기붕은 최고의 참모였지만 국가를 위해선 그렇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후락, 차지철 등도 마찬가지. 최 소장은 공적 보좌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참모로 박정희 전 대통령 아래서 9년간 경제적 보좌에만 몰두했던 김정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꼽았다.

김 전 비서실장은 조선은행과 한국은행을 거쳐 1969년부터 78년까지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그 기간 동안 김 전 비서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강의 기적’을 결정적으로 보좌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최 소장은 “김 전 비서실장은 9년이나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도 정치권력을 멀리하고 2인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며,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 역시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공하려면 정치권력 멀리해야

최 소장은 최근 발간한 《참모론》이란 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후계억제형 리더’로 분석했다. 책에 따르면 후계억제형 리더는 실세형 참모나 경쟁구도를 체질적으로 싫어한다. 그렇다면 정 내정자는 어떤 유형의 총리일까.

최 소장은 “이해찬 전 총리가 실세형이었다면 한승수 총리는 실무형”이라고 설명하며 “정 내정자의 경우 실세형과 실무형의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설명했다.

이해찬 전 총리의 경우 “청와대에서 일을 너무 많이 넘긴다”고 말할 정도로 대통령으로부터 많은 권한을 위임받았던 총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전 총리와의 관계를 ‘천생연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를 믿고 신뢰했다.

한승수 총리는 이해찬 전 총리와 달리 위임된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후계억제형 리더십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 바로 참여정부 때 대폭 확대됐던 총리의 권한을 상당 부분 제한시킨 점이다.

한승수 총리는 자원외교라는 기능에 맞춰진 실무형 총리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한승수 총리의 뒤를 이을 정 내정자는 ‘이해찬과 한승수 사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한승수 총리에 비해 권한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해찬 전 총리만큼까지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 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성향을 볼 때 정운찬 내정자의 기용은 후계자 육성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본인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박근혜 의원을 견제하는 동시에 후계구도를 다각화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정 내정자 선임과정에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최 소장의 생각이다. 때문에 최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정 내정자는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자리매김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 소장은 이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참모는 ‘대안제시형 직언파’라고 말했는데,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정 내정자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국무총리에게 얼마만큼의 자율권을 위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 소장 역시 이 대통령이 정 내정자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한된 권한 안에서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는 게 최 소장의 견해다.

권한 많이 주어지지는 않을 것

최 소장은 역대 총리 중에서 제28대 이홍구 총리와 그 뒤를 이은 제29대 이수성 총리를 비교적 성공한 학자 출신 총리로 뽑았다. 두 전 총리 모두 김영삼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으며, 특히 이수성 전 총리는 정 내정자의 서울대 직선총장 선배이기도 하다.

최 소장은 “두 전 총리의 성공비결 역시 권력적 행보를 최소화한 데 있었다”며, 정 내정자가 정치권력을 멀리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최 소장은 두 전 총리가 “총리를 지낸 후에 대선 후계구도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적어도 총리 시절에는 정치적 행보를 최소화했다”며, “정 내정자도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이 정치권력을 멀리해야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무총리라는 자리가 대선주자의 발판이 되어온 선례가 많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26대 이회창 전 총리나 36대 이해찬 전 총리의 경우 총리 재임 중에도 대권에 대한 행보를 강하게 드러내 논란이 됐다”는 말로 이를 설명했다.

이회창 전 총리의 경우 재임 시절 김영삼 대통령과 맞서며 명성을 얻은 케이스다. 그는 대통령과의 업무에 간여하다 진노를 사 127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대통령이 해임한 것인지 총리가 사퇴한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최 소장은 정 내정자의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성공 가능성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소장은 “정 내정자는 비교적 젊고 패기도 충만한 상태다. 이미지도 참신하고, 경제 전문가라는 면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소장은 정 내정자에게 “성급하게 정책을 입안한다거나 대통령에 대한 반대의사 표명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등의 행위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