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박 대통령의 리더십
날짜 2015-06-10 조회 2033
첨부파일  
참 서글픈 상황이다. 국민들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에 벌벌 떨고 있지만, 어디 한 곳 믿을 데가 없다.

구심점이 돼야 할 대통령과 정부는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고, 정치권과 지도자들은 혼란을 틈타 자신들만 부각시키기 위해 쓸모없는 짓거리를 일삼고 있다. ‘신종 독감’에 불과한 메르스 하나에 이렇게 혼란스럽다면 더 큰 일이 벌어지면 어찌 될 것인지 정말 걱정스럽다.

요즘 대한민국 국민은 기댈 데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는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 된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누구 하나 이런 사태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와대, 정부, 정치권, 대형병원 등 기득권층은 메르스 진압보다는 책임 전가, 면피, 발뺌하기, 남 탓하기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대응이 미숙하고 무능했다는 점은 국민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의 변명은 국민 일반의 인식과는 완전히 다른 것 같다. 초동대처에 실패하고 늑장대응으로 일관한 것도 ‘중죄’에 해당하지만, 대통령을 둘러싼 참모들의 엽기적인(?) 변명과 감싸기는 더 큰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대통령을 보좌하는 장관, 참모진들의 발언을 한 번 살펴보면 얼마나 황당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6일 만에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했다”고 한다. 얼마나 대통령이 두렵고 소통이 되지 않았으면 자주 만나지도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18일 만에 병원명을 전격 발표했던 상황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20~30차례 참모들과 통화하면서 병원명 발표를 지시했다”고 보충설명을 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대통령 행적까지 세세히 묘사하면서 대통령의 고심과 노고를 알리는 데 힘을 쏟는 듯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한 술 더 떠 “대통령께서 제때 해야 할 일을 다하셨다”고 답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청와대 참모, 총리 후보자는 대통령과 정부가 제 할 일을 했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현 상황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정말 걸쩍지근하다. 국민은 공포에 빠져 있는데 청와대, 총리 후보자는 대통령을 보호하고 감싸는데 더 큰 힘을 쓰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 사태를 총지휘할 ‘컨트롤 타워’ 논란도 점입가경이다.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 몇 개가 작동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으려는 참모들의 고심이겠지만, 대통령이 앞장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줘야만 메르스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대통령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슈퍼맨이 아니다. 참모의 정확한 조언과 보고를 듣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참모를 쓰고 그 참모가 정확한 보고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용인술은 항상 비판의 대상이 돼 왔으므로 언급할 필요가 없고, 참모와의 소통 방식도 딱딱하고 사무적인 편으로 스킨십이 아주 약하다. 박 대통령은 ‘쓴소리’를 싫어해 결별을 각오하지 않으면 감히 하기 힘들다고 한다.

누구나 대통령이 애국심과 소신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혼자서는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다. 이런 혼란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문제는 리더십의 위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로 허송세월하더니 이번 메르스 사태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겠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드는데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별다른 일을 해보지도 못하고 끝이 난다. 이렇다면 압도적으로 박 대통령을 밀어준 대구경북민들에게 면목이 서지 않는 일이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