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최진 대통령학] 문재인 리더십의 빛과 그림자
날짜 2015-09-22 조회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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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문재인과 정치인 문재인은 어떻게 다른가? 물과 기름처럼 전혀 다른 두 형질을 지닌 문재인 리더십을 이해해야 새정치연합의 현재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인간 문재인을 보자. 한마디로 사람 좋은 젠틀맨 스타일이다. 부드럽고 때 묻지 않은 순진함이 돋보이고, 성격적으로는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내향형이다. 노무현, 친노 하면 금방 떠오르는 과격함, 요란함의 이미지와는 영 다르다. 이런 장점 덕분에 문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무려 48%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2015년 2월에는 당 대표가 되어 제1야당을 접수했다. 노무현 정권의 2인자, 친노 좌장, 공수부대 출신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촌스러움과 순진함이 1,469만 명의 유권자들과 당원들의 감성을 움직인 것이다. 그러나 단점은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이미지이다. 중요한 결단을 번번이 미루고, 타이밍을 놓치고, 여당에 끌려 다닌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오죽하면 친노 내부에서 “문 대표는 어깨에 용(龍)문신을 새기고 욕설이라도 해서 강한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왔겠는가? 그래서일까? 문 대표는 자신의 장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단점 파타에 급급해 인간 문재인에서 정치인 문재인의 길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정치인 문재인! 누가 뭐래도 뼛속 깊숙이 노무현 그림자와 친노 DNA로 가득 차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친노 좌장답게 모든 것을 친노 중심적인 틀로 이끌어가고 있다. 한때 우클릭을 했고 앞으로도 전략적인 우클릭을 시도하겠지만 문 대표가 가고 있는 길은 분명하다. 지난 6월 운동권 중심의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했으며, 급기야 9월16일 중앙위원회에서 야유와 몸싸움 속에서 혁신안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 인간 문재인과는 전혀 딴판인 정치인 문재인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그의 생각도 확고해 보인다. “우리 친노는 아무리 혹독한 비바람이 몰아쳐도 갈 길을 간다. 비노 비주류는 기득권에 연연한 세력으로 설득하고 포용할 필요가 없다. 탈당, 신당?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하는 것 같다. 문 대표가 진짜로 팔뚝에 문신을 새기고 고함을 지르는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정치인 문재인의 힘이 강화될수록 인간 문재인의 힘은 약화될 개연성이 높다. 문 대표가 자신의 세력을 무리하게 확대할수록 비노와 비주류의 반발은 거세지게 된다. 그러면 당내 갈등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살은 잔뜩 찌푸려지게 된다. 결국 문 대표는 단기적·외형적·정치공학적으로 득이 더 많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내면적·감성적 측면에서는 실이 더 많을 것이다. 요즘 같은 감성시대에는 ‘대통령 노무현’처럼 똑똑하고 야무진 정치인보다 ‘바보 노무현’처럼 우직하고 순진한 정치인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대표는 정치공학적인 면모를 강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인간적인 면모, 즉 감성적인 면모를 강화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하고, 2017년 12월 대선에서 집권하기 위해서는 차가운 정치인 문재인보다 따뜻한 인간 문재인으로 되돌아 와야 한다. 정치적으로 노련한 아베 일본 수상이 국민들로부터 강한 퇴진 압박을 받는데 비해, 인간적으로 투박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감성시대의 대중들은 정치공학적인 술수보다 인간적인 매력에 더 감동하고 지지를 보낸다. 헤게모니, 공천권, 밀어붙이기와 같은 여의도 정치에 국민들은 그동안 얼마나 식상 했던가? 이번 추석을 계기로 문 대표에 대한 민심은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당 대표가 17번이나 교체되고, 허구한 날 계파 정치로 바람 잘 날 없는 새정치연합. 설상가상으로 기존의 대권 주자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구태를 지속한다면 그 미래는 뻔하다. 문재인 리더십이 제대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정치인 문재인의 단점들은 과감히 버리고 인간 문재인의 장점들(순수함·부드러움·원칙)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문 대표가 위기에 처한 새정치연합을 구하고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인 노무현’의 단점(폐쇄성)은 과감히 버리고, ‘인간 노무현’의 장점(인간적 매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시사위크]